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언어의 종말 처리장이다. 멀쩡한 사람도 배지를 달면 입이 험해진다. 정치 언어엔 권력 투쟁의 잔혹성이 그대로 덧칠돼 있다. 쏟아지는 정치 언어 앞에 국무총리도 장관도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혹여 각료들이 의원들에게 대드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동료 의원들이 죄다 튀어 올라와 “말버릇이 그게 뭐냐”며 호통친다.

대정부 질문이란 그런 정치 언어의 저급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벤트다. 요 며칠 각료들은 긴급현안질의를 받느라 여의도 바닥을 오갔다. 의원들은 각료들을 거칠게 다뤘다. 나라 꼴이 이게 뭐냐고 꾸짖었다. 총리가 ‘의원님 말씀’에 토를 달다가 혼쭐이 났다. 국회의원의 목은 늘 빳빳하다. 악취나는 언어를 목구멍으로 뱉어내려면 도리 없다, 빳빳할 수밖에.

그들 틈에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이들이 더러 있긴 하다. 주로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국회에 입주한 경우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그렇다. 그는 척추장애란 참혹한 운명을 타고났다. 긴급현안질의가 있던 날, 곽 의원은 종일 턱걸이하듯 책상에 매달려 있었다. 1미터 20센티미터를 겨우 넘는 키 때문이다. 건장한 남성 의원들이 신나게 각료들을 족칠 때, 척추장애로 쪼그라든 여성 의원은 한없이 높은 책상과 싸워야 했다.

턱걸이 하듯 책상에 매달려서도 곽 의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현안질의가 끝나자 의원들은 빳빳한 목을 풀고 사사로운 잡담을 시작했다. 와중에 곽 의원은 조용히 신상발언을 신청했다. 그가 작은 키로 몽당몽당 발언대로 걸어나올 때 의원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애인이 국회에 들어오니까 많이 불편합니다. 저는 키가 작고 특별히 앉아 있을 때 불편함이 많아 제 몸에 맞는 좌석 개조가 필요합니다.” 이 말을 할 때 곽 의원은 얼굴을 무너뜨리며 웃었다. “저는 장애인 대표입니다. (불편한 책상을 쓰며) 제 앞가림도 못한다면 500만 장애인들이 저를 어떻게 신뢰하겠습니까.” 이 말을 내뱉을 때 곽 의원의 얼굴에선 비장함이 피어올랐다.

국회의장은 곽 의원에게 “곧 시정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을 건넸다. 그러곤 나무 망치를 세번 두드려 폐회를 선언했다. 정치 언어를 배설한 의원들은 기름진 얼굴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곽 의원은 제 키만한 책상을 거슬러 몽당몽당 그들을 뒤따랐다. 그날 누구도 곽 의원의 책상에 대해 말하진 않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선 정당한 언어가 늘 종말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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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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