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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대체로 얇다. 헌데 그 얇은 시집을 읽어내기란, 가슴으로 이해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대부분의 텍스트는 머리의 이해를 기대하지만, 시는 다르다. 머리와 가슴이 함께 이해해야 시인의 손끝에서 떨리던 감성이 비로소 전해온다. 그래서 시를 이해하는 일은 적이 부담스럽다. 내가 이해라고 믿더라도 실은 오해일 가능성이 크다. 해서 다짐했다. 이해 대신 오해하기로.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도 부담은 쉬 가시질 않는다. 멋부리는 오해라도 하기 위해선 흩뿌려진 시어를 머리 싸매고 꿰맞추는 노력이 앞서야 하는 까닭이다. 쉽게 말해 이를 악 물고 덤벼들지 않아선 그럴듯한 오해도 하기 힘들다. 그런데 어떤 시들은 가만히 읽기만 해도 그 감성이 전해오는 경우가 있다. 어이, 그냥 읽기만 해, 덮어놓고 문장에 가슴을 맡겨버려, 이런다. 홀가분하고 나른해진다.
그런 시는 대개 짧은 편이다. 감성이 돌아다닐 공간이 좁아서인지 모른다. 짧은 시편에 빼곡히 감성을 담아 놓아서인지 모른다. 그런 시는 또 이렇기도 하다. 요란한 세상에서 한발 비켜 서 있다. 아니, 요란한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이면을 그린다.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던 외딴 곳에서 지극히 서정적인 풍경을 길어낸다. 정현종의 다음 시편처럼.
교감
밤이 자기의 심정처럼
켜고 있는 街燈
붉고 따뜻한 가등의 정감을
흐르게 하는 안개
젖은 안개의 혀와
가등의 하염없는 혀가
서로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는
눈물겨운 욕정의 친화
그렇잖아도 감성이 뛰어놀 공간이 좁은 마당에, 세상의 외진 곳이 그려내는 교감의 풍경이라니. 가슴이 흐르는대로 문장이 흐르는 그런 시는, 행복해라, 인간의 섬세한 감성이 빚어낸 꿈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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